드라마/한국 드라마

괴이怪異 Monstrous

조딩구 2022. 4. 29. 22:05
반응형

포스터

 

줄거리

 

스님들에게 귀불에 대한 조사를 의뢰받는 정기훈

 

진양군수 권종수는 욕심에 눈이 멀어 파면 안 된다는 말을 듣고도 봉인된 불상을 발굴하게 되고, 그 후부터 진양군에는 이상한 일이 벌어지게 된다. 불상에 대한 조사를 위해 스님들은 정기훈에게 연락을 취하게 되고 그렇게 기훈은 불상에 대해 조사를 하게 되는데, 하필 진양군에 아내였던 이수진이 지내고 있었다.

 

까마귀 때를 피하기 위한 결계를 그리는 정기훈

 

드라마 '괴이'는 이렇게 불상에 서린 악귀를 봉인하기 위한 정기훈의 노력과 귀불(원귀가 봉인된 불상)의 발굴함으로 인해 진양군에 닥치게 되는 괴이한 일들을 다루고 있다. 

 

좋았던 부분

 

첫째, 전편(총 6화)이 한 번에 재공이 되었고, 회당 36분 정도로 이루어져 있다. 드라마 한 편을 보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면 생각보다 드라마를 보기가 꺼려지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약 30분 정도의 시간은 틈틈이 보기도 좋고 한 번에 몰아봐도 부담이 되지 않는 시간이라고 느껴져서 좋았다.

 

사건의 발단이 된 귀불

 

둘째, 진양군에 괴이한 일들이 발생하면서부터 드라마의 분위기가 한 층 어두워지고 검은 비가 내리거나 까마귀 때가 몰려있는 등 극적으로 바뀌는 부분이 좋았다. 드라마를 보면서 느껴지는 분위기만으로도 충분히 뭔가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걸 눈치챌 수 있었고, 실제로도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거나 하면 느껴지는 것들이 잘 표현이 된 것 같았다. 특히, 군청에서 사람들이 미쳐가면서부터 안개가 자욱하게 끼는 것과 기훈이 터널을 지나 진양군으로 들어가면서부터 안개가 가득한 장면은 귀불이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서 느낄 수 있는 장치라고 생각한다.

 

셋째, 마을 아주머니가 이수진을 무작정 군청으로 데리고 가는 모습. 인터넷에 보면 시골의 인심에 대한 환상을 깨 주는 글들을 볼 수 있고, 그중에서도 귀향을 한 사람의 말을 무시하고 자신들 맘대로 행동하는 모습들에 대한 글이 있는데 그걸 아주 잘 그려냈다고 생각한다. 사정이 있다고 말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무조건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하는 모습을 아주 잘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정기훈(구교환), 이수진(신현빈)

 

넷째, 정기훈과 이수진이라는 인물. 두 인물은 서로 결혼해서 아이를 가졌던 이들이지만 아이가 교통사고로 사망하게 되면서부터 망가진 인물들로 그려진다.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들에는 분명 아이와 같이 두 사람이 행복해하는 모습도 보여줬지만, 아이가 죽고 난 이후에는 서로를 원망하게 되어버리는 모습이 참 안타깝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 만들었다. 실제로도 아이를 먼저 떠나보낸 부모들의 모습에 대한 글들을 보면 사람답게 살지 못한다는 모습으로 표현되고는 하는데 두 사람 역시 멀쩡하게 살아가는 듯 보이지만 망가져 있다는 것을 보다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특히, 1화에서 기훈에게 산 사람을 살아야지라고 하는 대사에 기훈이

 

"나 죽었어"

라는 대답을 하는데 이보다 더 아이가 죽은 이후에 기훈과 수진의 삶을 표현할 수 있는 말은 없는 것 같다.

 

다섯째, 귀불이라는 소재가 좋았다. 오컬트적인 요소를 다루는 작품들은 대부분 엑소시즘에 기반을 두는 경우가 많다. 아무래도 엑소시즘이 좀 더 자극적으로 그려낼 수 있고, 퇴마를 하는 장면이 인상 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귀불이라는 소재와 그로 인해 일어나는 괴이한 현상들, 그리고 봉인이라는 과정은 색다르면서도 보기 좋은 소재였던 것 같다.

 

아쉬웠던 부분

 

미쳐버리는 사람들

 

첫째, 다소 잔인한 장면이 나온다. 이 부분은 어떻게 보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조금 지나치다고 느껴졌다. 1화에서 원석이라는 인물이 경찰서에서 난동을 부리게 되면서 쇄골뼈가 살을 뚫고 나오는데 그 부분이 제일 과하다고 느꼈던 것 같다.

 

진양군으로 들어가는 정기훈

 

둘째, 군인들이 진양군 입구에서 통제하는 장면. 실제로 저렇게 통제를 하는 경우가 된다면 군인들이 저런 태도로 통제하지도 못하겠지만, 저런 태도를 보면 난리를 치는 사람들이 무조건 나오기 마련이다. 이 장면은 어떻게 보면 군인이 통제할 때는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관념을 심어주기 위한 것처럼 보일 정도로 군인들의 태도가 고압적이다.

 

셋째, 기훈과 수진의 딸인 하영이 혼자 하원하는 장면. 드라마에서 이 장면이 제일 말이 안 된다. 어느 어린이집이 아이를 하원 시키면서 그냥 길바닥에 내려주고 가겠냐는 생각이 바로 들 정도로 어이가 없었다. 아이가 길을 건너다 차에 치일 수는 있지만 아이 혼자 하원 시키는 건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넷째, 스님들의 연기. 스님 역할을 하신 분들이 연기를 못한다기보다는 다른 배우분들의 연기가 뛰어나기 때문에 더 어색해 보였던 것 같다. 그리고 귓불을 봉인하면서 그래도 어느 정도는 역할이 부여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이 정도면 스님들 대신에 다른 인물을 구상했어도 성공적으로 봉인을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다섯째, 음악의 비중이 적음. 물론, 배경음이 없어도 충분히 이야기를 진행할 수 있고, 몰입하는데도 지장은 없다. 다만, 곡성이나 다른 비슷한 부류의 작품들의 경우 굿이나 배경음을 통해 극의 긴장감을 높이거나 몰입도를 최고로 이끌어주는 느낌을 받았다면, 이 드라에서는 그런 느낌을 주는 배경음은 없었던 것 같다.

 

여섯째, 한석희와 한도경의 서사는 없어도 되지 않았을까. 솔직하게 '괴이'라는 드라마는 정기훈이라는 인물의 비중에 아주 크다. 다른 인물들은 그냥 잠깐 스쳐 지나가는 정도라고 생각해도 될 정도의 비중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한석희와 한도경 모자의 관계가 틀어진 이유까지는 몰라도 괜찮았을 것 같다.

 

마무리

 

마지막에 귀불을 고정해두던 와이어가 끊어지면서 아래로 떨어져 귓불이 박살이 나는데, 그 뒤에 귓불에 홀렸던 사람들 모두 정상으로 돌아오는 걸 보면 굳이 봉인하는 것보다 와이어를 끊는 게 더 빨리 해결해주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귀신을 쫓는 최고의 방법은 역시 압도적인 물리인 듯하다...

 

곽용주(곽동연)

 

그리고 곽동연 배우님이 연기를 잘하시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동안은 보지 못했던 캐릭터여서 새로웠던 것 같다. 특히, 진양 군청에서 도경을 패던 모습을 일반적인 양아치였다면, 사람들이 귀불에 홀려서 마구잡이로 서로를 죽이는 모습에 즐겁게 내려가는 것과 살아남은 사람들 사이에서 무법자로 돌변하는 모습에서 감탄을 뱉을 정도로 곽용주란 인물을 잘 표현해 낸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괴이'는 총 6화에 편당 시간도 많이 소요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보기 좋았던 것 같다. 그리고 주마다 한편씩 나오는 게 아니라 넷플릭스처럼 한 번에 전편이 제공된 것도 다음 편을 기다리다 보지 않아서 너무 좋았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