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 후기
처음에는 보고 있는 드라마도 많고 그래서 보지 않을까 하다가 인스타나 유튜브에서 짤로만 보고 나서 이건 놓치면 안 될 것 같아서 부랴부랴 보기 시작했다. 드라마를 처음부터 제대로 보고 느낀 건 짧은 영상에는 모든 걸 담아낼 수가 없다는 거였다. 드라마에서 그 시절 그 감정을 너무 잘 그려내서 한 순간도 놓치기 아쉬운 장면들이 많았고, 살아가면서 겪을 수 있는 모든 감정이 드라마에 전부 녹아있는 느낌이었다.
서로에 대해 깊게 이해하면서도 서로를 싫어하게 됐던 둘이 둘도 없는 절친이 되고, 우연찮게 시작된 만남이 사랑으로 이어지고, 이역만리를 떨어지면서도 서로를 포기하지 않는 이들의 연애까지.... 어떻게 이 많은 요소들을 하나의 작품에 매끄럽게 이어지게 만드는 건지 너무나 신기할 정도다.
어떻게 보면 나희도라는 인물과 백이진이라는 인물의 사랑이야기를 길게 풀어내는 거나 다름이 없는 내용인데, 그 과정 속에서 친구와 경쟁, 사회 등 다양한 상황들을 마주하게 되고 부딪히면서 느끼는 순간의 감정들이 대사에서 멈추지 않고 분위기와 행동까지 끌어들여서 집중하게 만들어줬던 것 같다.
물론 마지막까지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이 나 또한 나희도와 백이진의 행복하 미래를 기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였는지 15화를 보기 전부터 세드엔딩에 예정되어 있다는 걸 알았음에도 혹시나 모를 희망에 끝까지 봤던 것 같다. 심지어 쿠키영상이 있다는 자막에도 혹시 모른다는 기대감을 품었을 정도니까 말이다. 그래도 생각했던 것만큼 마음에 들지 않는 엔딩은 아니었다. 오히려 원하는 의도를 아름답게 담아낸 것 같아서 서운한 마음이 조금은 사라질 수 있었던 것 같다. 어떻게 보면 모든 게 항상 해피엔딩일 수는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드라마가 아니었을까 싶다. 드라마를 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보다 깊게 두 인물의 감정에 빠져들게 되고 그렇기에 더욱 해피엔딩을 원하는 마음을 품게 되지 않았나 싶어서 아쉬운 마음은 있지만, 마지막이 엉망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 마무리까지 잘 그려낸 그런 작품이어서 앞으로도 계속 기억에 남지 않을까 싶다.
비교적 최근에 봤던 '그 해 우리는'이라는 드라마 또한 청춘 로맨스를 다루는 작품이었는데,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느낌을 풍기는 작품이라 보면서도 지루하다고 느끼지 않았던 게 제일 좋았던 것 같다. 아무래도 드라마나 영화를 자주 보다 보면 비슷한 내용의 이야기들이 많기 때문에 어느 순간 흥미를 잃고 대충 보게 되곤 하는데 이 작품은 그러지 않고 색다르게 잘 표현해 냈던 것 같다. 게다가 청춘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에 마음에 와닿는 대사들도 많았다. 각 회차별로 좋은 말들이 많지만 다 고를 수는 없으니 몇 개 골라보고 마무리해야겠다.
물론 사진 하나와 대사 몇 줄로 해당 장면에 대한 모든 감정을 끌어올 수는 없다. 다만 드라마를 봤거나 볼 사람들이라면 그전부터 이어져오던 감정선이 해당 장면으로 이어지면서 이게 왜 와닿는지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회차별 명대사
“대신 저도 절대 행복하지 않을게요. 아저씨들 고통들 생각하며 살겠습니다. 정말 죄송합.. 어떤 순간에도 정말 어떤 순간에도 정말 행복하지 않을게요. 정말 죄송합니다.”
“우리 가끔 이렇게 놀자. 싫어도 해. 선택지 없어, 해야 돼. 네가 그 아저씨들한테 그랬잖아. 앞으로 어떤 순간도 행복하지 않겠다고. 난 그 말에 반대야. 시대가 다 포기하게 만들었는데 어떻게 행복까지 포기해? 근데 너는 이미 그 아저씨들한테 약속했으니까, 이렇게 하자. 앞으로 나랑 놀 때만, 그 아저씨들 몰래 행복해지는 거야. 둘이 있을 땐, 아무도 몰래 잠깐만 행복하자. 이건, 우리 둘만의 비밀이야.”
“넌 실력이 이렇게 비탈처럼 늘 것 같지. 아니야. 실력은 비탈이 아니라 계단처럼 늘어. 이렇게. 그리고 사람들은 보통 (계단 그림의 평평한 부분을 하나씩 가리키며) 여기, 여기, 여기에서 포기하고 싶어지지. 이 모퉁이만 돌아 나가면 엄청난 성장이 기다리고 있을 텐데 그걸 몰라. (계단 그림의 평평한 부분을 더 길게 이어 그리며) 여기가, 영원할 것 같아서.”
“노력 안했으니까 당연한 결과지. 노력도 안해놓고 잘하길 바라는 게 더 부끄럽지 않나”
“꿈대로 살지 않는다고 실패한 인생도 아닌 거 같고, 꿈꾸는 대로 산다고 성공한 인생도 아닌 것 같습니다. 그냥 저는 지금 저한테 주어진 일을 잘 해내고 싶습니다. 그게 현재 제 꿈입니다.”
“어떡하지? 나는 아직 열세 살에 머물러 있어, 엄마. 속보 때문에 아빠 장례식장에도 안 오던 엄마를 잊을 수가 없어서, 그게 도저히 용서가 안 돼서! 난 아직 열세 살에 살고 있어. 엄마 말이 맞아. 나는 이해할 생각 자체가 없어. 열세 살은, 이런 거 이해 못해.”
“돈 때문에 국적 바꾸는 거랑, 나라 팔아먹는 거랑 뭐가 달라?”
“달라요. 제가 뭘 팔았다면 전 저를 판 거예요, 돈 때문에. 전 돈 중요하거든요. 아저씨가 짜장면 팔아서 돈 버는 것처럼, 저도 제 실력 팔아서 돈 버는 거예요. 돈 벌어야 먹고 사니까. 돈이 있어야, 우리 가족들 불행해지지 않으니까. 저 하나 국적 바꿨다고 나라 안 팔렸고요. 아저씨 장사하는 데도 아무 문제 없으니까 주세요, 짜장면. 전 매국노가 아니라 손님이에요.”
“미안해 희도야. 그동안 메일을 안 읽었던 건…”
“알아. 말 안 해도. 내가 겪었던 걸 너도 겪었겠지. 우리가 얼마나 힘들었는지는 그거 우리만 아는 거잖아.”
“나 오늘 행복했어.”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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